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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강천산 단풍산행, 새벽길을 달려 만난 가을 풍경등산&여행 2025. 11. 10. 17:44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면에 위치한 강천산(584m)은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한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기 좋고, 특히 가을이면 병풍폭포와 현수교, 구장군 폭포 일대가 붉게 물들어 전국 각지의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단풍 명소다.
입구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평탄하면서도 풍경이 풍부해 등산이라기보다 한 폭의 그림 속을 걷는 기분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봄에는 연둣빛 새잎, 여름엔 시원한 폭포와 계곡, 가을엔 절정의 단풍, 겨울엔 고요한 설경까지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강천산은 언제 와도 변함없이 사람을 맞이한다. 크게 오르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곳. 그래서 강천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 번 더 걷고 싶은 산으로 남는다.

산행 코스
주차장 → 병풍폭포 → 강천사 → 현수교 → 구장군 폭포 → 그대로 유턴하여 주차장
총 산행 시간: 약 3시간 (휴식 포함)
고추장의 마을에 강천산이 있다
내가 아는 산책하며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명소 중 하나, 바로 순창 강천산이다. 오래전 지인에게 처음 추천받아 찾았던 곳인데, 그때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산이기도 하다.
늘 단풍 시기를 맞추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날짜를 꼼꼼히 맞춰온 덕분에 마침내 제대로 물든 강천산의 단풍을 만날 수 있었다. 산길을 따라 붉고 노란 잎들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천 장의 잎이 흩날리며 공중에서 춤을 췄다. 그 순간만큼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완벽한 절정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일부 단풍은 다 물들기도 전에 차갑게 시들어버렸고, 어딘가 급하게 계절을 건너뛴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명소는 명소였다. 단풍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산길은 이미 활기로 가득했고, 산책이라기보다 작은 축제에 온 듯한 풍경이었다.
이른 새벽, 붉은 산을 향하다
이른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순창 강천산으로 향했다. 한산할 거라 생각했던 새벽 3시의 주차장은 이미 70% 이상이 차 있었고, 역시나 내가 선택한 곳은 매표소와 가장 가까운 인기 주차장이었다.
동이 트길 기다렸다가 7시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등산을 시작했다. 아니, 산책을 시작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목적은 등산이 아닌 산책이니까 말이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주차장부터 이미 단풍이 반겨주고 있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붉은 잎들이 쏟아지는 듯했고, 바람이 불면 낙엽이 춤을 추듯 흩날렸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침의 강천산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였다.
붉게 물든 길을 걷다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역시 카메라가 쉴 틈이 없었다. 어디를 봐도 놓칠 수 없는 장면들이 이어졌고, 계곡 옆 산책로는 붉은 잎으로 덮여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천 장의 단풍잎이 공중에서 흩날리며 춤을 췄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산 전체가 불타는 듯 반짝였고, 그 빛 속에서 강천산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숨 쉬었다.
계곡물은 유리처럼 맑았고, 그 위로 단풍잎 몇 장이 미끄러지듯 흘러갔다. 물소리와 산새 소리가 섞여 산 전체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줬다.
오랜만에 단풍을 만끽한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느꼈다. 산책로와 나무 한 그루까지 색으로 물든 풍경 속에서, 나는 천천히 걷고 또 걸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계절이 만들어준 완벽한 순간이었다.



병풍폭포 — 인공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잠시 걸음을 옮기니 병풍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이긴 하지만, 다시 봐도 참 아름답다. 높은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물줄기가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물소리와 단풍잎이 어우러져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폭포보다 더 인상적인 건 그 주변 산책로였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마다 단풍이 터널처럼 펼쳐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붉은 잎이 흩날리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그 풍경 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붉게 물든 길의 연속
여전히 아름답게 물든 붉은 길, 그리고 그 옆을 따라 흐르는 계곡. 다음 해에도 이 풍경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계절은 돌아오지만, 같은 빛깔로 물드는 단풍은 없다. 계곡물 위에는 붉은 잎들이 떠다니며 하늘의 색을 비추고, 잎들이 서로 부딪히며 잔잔한 파문을 만든다. 그 속에 비친 단풍은 또 하나의 세상을 그려내는 듯했다.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을 바라본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물결 위의 빛은 따뜻했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카메라에 담기엔 부족하고, 눈으로 담기엔 벅찰 만큼 완벽한 가을의 한 장면이었다.



강천사,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강천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셨어요? 하는 인사가 절로 나왔다.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절, 그 모습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계절은 몇 번을 바뀌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고즈넉하고 따뜻했다.
법당 앞에는 해맑게 웃는 인형이 놓여 있었다. 그 인형이 마치 잘 지냈죠? 하고 묻는 듯했다. 고요한 산사에는 풍경소리와 스님의 발자국 소리만이 잔잔히 울려 퍼졌고, 그 평화로운 공기 속에서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잠시 마당 한켠에 앉아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이 살짝 불어 낙엽이 발끝으로 내려앉았다. 그 짧은 순간,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늘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현수교, 그 높이만큼 짜릿하다
강천산의 명물, 바로 이 현수교다.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만큼은 꼭 올라야 한다. 아마 강천산 산책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점이 아닐까 싶다.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발끝이 간질간질해지고,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중턱 이상이긴 해도 조망이 아주 탁 트인 건 아니지만, 잠시 멈춰 간식을 꺼내 먹는다. 그러면서 문득 등산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책로 아래쪽은 단풍이 한창인데, 중턱 이후부터는 붉은 잎보다 떨어진 낙엽이 더 많아 다소 을씨년스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수교의 높이는 여전히 짜릿하다. 고소공포증이 이제는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다리 한가운데에 서니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도 그 아찔함 덕분에 풍경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수좌굴에 얽힌 이야기
이번 산행은 산책이 목적이라 멀리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줌을 당겨 수좌굴을 한 번 바라봤다. 절벽 중턱에 자리한 작은 굴, 그곳이 바로 강천산의 숨은 기도처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오래전 두 명의 수도승 설담과 뇌암이 이곳에서 도를 닦으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절벽 암반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작은 굴이지만, 그 안에는 묘한 기운이 감돈다고 했다. 입구는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선 이들은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말을 남긴다. 어쩌면 그 말 덕분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향해 조용히 마음을 모으는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번 가본다 가본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봤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그 굴 앞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언젠가 마음이 조금 복잡해질 때, 그때쯤은 직접 걸어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장군 폭포, 산책의 끝에서 만난 시원함
두 줄기의 폭포가 나란히 절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떨어지는 물줄기는 하얗게 부서지며 물안개를 만들고, 그 위로 햇살이 스며들어 반짝인다.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도 물소리만으로 충분히 시원했다. 폭포는 역시 폭포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람의 마음을 멈춰 세운다.
이곳이 오늘 산책의 마지막 지점이다. 산책로 옆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폭포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가져온 간식을 꺼내 먹으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단풍잎이 물 위를 떠다니며 가을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고개를 들어 폭포를 다시 바라봤다. 물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며 흩어지고, 그 장면이 오늘 하루의 모든 피로를 씻어주는 듯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폭포의 소리가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병풍폭포에서 만난 작은 축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고운 단풍을 바라보며 걷던 중 어디선가 쿵짝쿵짝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방향을 따라가니 병풍폭포 앞에 자그마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오르기전에 본 곳이다.
그곳에서는 어르신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의외로 리듬이 경쾌하고 흥겨워 발걸음이 멈췄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폭포소리와 음악이 뒤섞여 작은 축제 같은 풍경이 만들어졌다.
지루할 줄 알았던 공연이 오히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나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며 한참을 노래를 듣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산책을 마치며
힐링이란 이런 걸까. 두 시간 넘게 도로를 달려 도착한 이곳은, 피로보다 신선함을 안겨줬다. 처음 발을 디딜 때부터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실망스러움이 없었다. 단풍과 계곡,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오늘 하루는 정말 잘 왔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매표할 때 받았던 상품권으로 근처에서 마가정을 사 먹었다. 이름이 독특해서 호기심 반으로 샀는데, 한입 먹는 순간 오~ 맛있다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소소한 맛과 풍경이 어우러져, 오늘의 산책은 완벽한 마무리를 맞았다. 좋은 추억 하나 더 챙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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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순창 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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