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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 광덕산 등산기 – 단풍과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등산&여행 2025. 11. 2. 19:52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자리한 광덕산(廣德山, 699m)은 '넓은 덕을 베푸는 산'이라는 뜻처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복과 평온을 전하는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신라의 의상대사가 이곳에 머물며 절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불길한 일이 생기면 산이 운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죠.

    예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가뭄이나 아픈 일이 있을 때 산 중턱의 바위 앞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광덕산은 천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수호산으로 불리며, 고요한 산세 속에서 묵직한 기운을 전해줍니다.

    광덕산 정상석



    산행 코스 & 정보

    강당골 주차장 -> 깔딱고개 -> 광덕산 정상-> 각흘고개 중간점(혼자하기에 정말 낭만이 있는곳) -> 광덕산 정상-> 장군바위-> 장군약수터->강당사-> 강당골 주차장
    산행시간 약 4시간(휴식 포함)

     




    오랜만에 나서는 등산

    요즘은 바쁜 일상에 치여 등산화를 신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동안 너무 산을 외면하며 지냈던 게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져, 오늘은 가까운 천안 광덕산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광덕사 코스 대신, 나는 조금 더 한적한 강당골 코스를 초입으로 잡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은 길이라 그런지, 시작부터 공기가 다르다.


    조용한 숲길 속에서 들리는 건 내 발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뿐.

    산이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산행의 초입은 언제나 그렇듯, 설렘을 안긴다. 다른 명산들에 비해 특별히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광덕산은 늘 나에게 조용한 안식처를 선물한다.

     
     

     

    산 중턱 임도구간과 깔딱고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걷다 보면 산이 주는 청량함이 몸속 깊이 스며든다. 얼마 오르지 않아 도착한 중턱의 임도 구간은 비교적 완만해서 숨 고르기 좋다. 강당골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르막만 계속되는 길이 아니라 잠시 숨을 돌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광덕사 코스처럼 강당골에도 깔딱고개라 불리는 난코스가 있다. 이 구간만큼은 누구나 힘들다. 간간히 마주치는 등산객들의 탄식이 들릴 때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싶어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나도 땀을 닦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중턱에서 잠시 멈춰 광덕산의 산세를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자주 오던 곳이라 익숙하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솔직히 나도 사람인지라 힘들다. 그래도 이 고요함이 참 좋다.

     



    드디어 정상이다, 광덕산의 바람이 반겨준다

    오랜만에 다시 오른 광덕산 정상.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계절이 흘렀는지, 발아래 펼쳐진 능선이 말해주는 듯했다. 예전과 달리 일부만 방부목있는데, 정상 데크가 이제는 완전히 방부목으로 새롭게 교체되어 있었다. 덕분에 앉아서 쉬거나 사진을 찍기엔 훨씬 편리해졌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언제나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다.

     
     

     

    바람은 여전히 맑고, 하늘은 구름을 머금은 채 깊은 푸르름을 자랑했다. 데크 위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이 따뜻했고, 산 아래로는 천안과 아산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새로 단장된 광덕산 정상은 편의성과 안전을 더했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길보다는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질감이 더 큰 감동을 준다.

     

     

    나만의 공간에 가다

    많은 등산객들이 광덕산 정상석을 지나 장군바위로 향한다. 나 역시 예전 같았으면 그 길을 택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지인이 알려준 각흘고개 중간 지점,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그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풍잎이 흩날리는 소리와 산새의 울음이 어우러져 마치 산 전체가 숨을 고르는 듯했다.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가자, 시원한 능선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그리고 마침내 탁 트인 공간에 다다랐을 때, 그곳엔 멋지게 솟은 소나무 한 그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소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천천히 흔들리며 마치 말을 거는 듯했다.


    "오래간만이야."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아닌 듯, 그러나 분명 나를 알고 있는 존재의 인사 같았다.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나무 앞에서, 나 또한 묵묵히 서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는데도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꺼내 앉았다. 능선 너머로 펼쳐진 풍경과 저 멀리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들. 그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바람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정상보다, 이렇게 조용히 나를 맞이해주는 이곳이야말로 진짜 광덕산의 정상일지도 모른다.

     



    다시 정상을 향하여

    간단히 간식을 먹고 숨을 돌린 뒤, 다음에 또 오자는 마음으로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을의 바람은 여전히 선선했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돌아오는 길은 조용했다. 사람 하나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적막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산이 나를 보내주듯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걸음을 멈춰 능선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은 고요히 서 있었고, 그 틈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졌다.

     
     

     

    정상에 다시 도착하니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등산객 몇몇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활기찬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인사를 나눈 뒤 장군바위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올랐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다리는 이미 고단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여유로웠다. 능선 위를 걷는 동안 햇살이 산등성이를 따라 부서지고, 그 빛이 단풍잎 사이로 흩어졌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아름다운 길 위에서 조금 더 넓은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장군바위에 도착하다

    드디어 장군바위에 도착했다.
    몇 번을 봐도 여전히 장군의 형상을 정확히 알아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위 앞에 서면 묘하게 압도되는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산의 수호자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 같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옛날, 허약한 청년이 깊은 산속을 헤매다 이 바위 아래 떨어지는 물을 마시고 장군처럼 우람해졌다는 전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장군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위 주변을 살펴봤지만, 오늘은 물길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바위 틈새를 스치며 은은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마치 오래된 전설을 다시 들려주는 듯했다.
    이제는 물이 아니라, 이곳의 바람과 기운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장군 약수터와 마주하다

    하산길을 걷다 보면, 나지막한 숲 사이로 장군 약수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늘 스쳐 지나가던 곳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멈췄다. 설명판을 찬찬히 읽어보니, 전설 속 장군이 마셨다는 그 물이 바로 이곳에서 흘러나온다고 한다. 그동안 바위 아래만 두리번거렸던 내가 조금은 우스워 웃음이 나왔다.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약수는 유난히 맑고 차가웠다. 물방울이 바위 틈을 타고 떨어져 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모습이 참 고요했다.
    잠시 그 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스쳤다.

     

    '그 청년도 이 물을 마시며 얼마나 간절했을까.'


    그러다 문득 예전에 이곳에서 개구리가 노닐던 장면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었다. 오늘은 그냥 바라보기만 하기로 했다.
    굳이 마시지 않아도, 이 물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맑아졌으니까.

     



    다시 만난 임도

    하산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완만한 임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밟는 평탄한 길이 반가웠다. 긴 산행 끝에 만나는 이 길은 언제나 마음을 놓이게 한다. 주변은 고요했다. 사람도 없었고, 들리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계곡 물소리 뿐이었다.

     

    햇살은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고요함 속에서 문득 오늘 하루의 장면들이 스쳐갔다. 정상의 바람, 소나무의 인사, 그리고 나만의 공간.

     
     

     

    잠시 강당사 앞을 지나며 두 손을 모았다. 절보다 오히려 그 옆을 흐르는 강당골 계곡이 더 유명하지만, 오늘은 이 조용한 공기가 더 크게 마음에 닿았다.
    산이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이제 천천히 내려가도 돼."

     

     

    원점 회귀 완료

    임도 전부터 계곡물 소리가 귓가를 따라 흘러왔다.
    그때부터 하산길은 계곡을 끼고 이어졌다.


    맑은 물소리와 어설프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져 늦가을의 정취가 완연했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은 투명했고, 그 옆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강당골 주차장에 도착했다.


    길게 이어진 산행이 마무리되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고요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유난히 뿌듯했고, 산이 내게 마지막으로 건네는 인사처럼 바람이 부드럽게 스쳤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인사한다.
    "수고했어. 오늘 참 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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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에서 가장 높은 산(699m), 광덕사·안양암 등 주요 명소를 담은 공식 안내 페이지

    👉 출처: 천안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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