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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선자령, 작은 겨울왕국을 만나다등산&여행 2025. 12. 19. 20:22
선자령이라는 이름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선자(仙子)’는 신선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이 능선 일대가 신선이 내려와 머물며 노닐던 곳이라 전해진다. 높은 고개 위로 안개가 자주 깔리고, 바람과 구름이 끊임없이 오가는 풍경이 인간 세상이 아닌 듯 보였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선자령은 수행하던 선인이 머물며 도를 닦던 자리였다고도 한다.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곳은 특히 겨울이 되면 눈과 바람이 겹쳐 풍경이 단숨에 바뀌고, 그 변화무쌍함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한 산이 아닌 자연의 기운이 머무는 능선으로 여겨왔다.
그래서인지 눈이 내린 선자령을 걷다 보면, 산을 오른다기보다 신선의 자취가 남아 있는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름 그대로, 선자령은 오래된 이야기와 지금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곳이다.

눈 소식 하나에 길을 바꾸다
본래 계획은 가까운 곳에서 조촐하게 차박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출발을 앞두고 확인한 기상청 날씨예보에서 눈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겨울에 눈이 온다면,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선자령으로 바뀐다.
차박이 가능한 곳이라는 점도 선택을 가볍게 만들었다. 도착만 하면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막히는 길을 싫어하다 보니 선택은 늘 그렇듯 야간 운전이다. 눈은 내리고 기온은 영하, 고속도로임에도 빙판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차가 많지 않은 걸 보니, 눈은 제법 온 모양이다.
그렇게 달려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24분, 대관령 휴게소. 시동을 끄고 몸을 눕히니 오랜만에 깊은 잠이 찾아왔다. 아침이 오면 어떤 선자령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 기대를 안고서 잠에 든다.



산행 코스 안내
이번 선자령 산행은 원점 회귀 코스로 잡았다. 대관령 특유의 넓은 능선과 완만한 길 덕분에, 등산이라기보다는 겨울 산책에 가까운 코스다. 눈이 쌓인 날에도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선자령을 자주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차장 -> KT 송신소 -> 새봉 -> 바람의 언덕 -> 선자령 → 재궁골 삼거리 -> 성황사 -> 주차장
전체적으로 오르막이 급하지 않고, 능선 구간이 길게 이어진다. 바람의 언덕과 선자령 정상까지는 탁 트인 시야와 함께 대관령 특유의 풍경을 만날 수 있고, 하산 구간은 숲길과 계곡을 따라 비교적 아늑하게 이어진다. 겨울철에는 바람과 체감온도가 변수이지만, 길 자체는 누구나 걸을 수 있을 만큼 편한 편이다.

아침 7시, 바람부터 맞이하다
아침 7시. 겨울은 아직 한창인 듯 밖은 여전히 어둑했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대관령의 바람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가볍게 불어오는 수준이 아니라, 이곳이 왜 바람의 길목인지 단번에 느껴질 만큼이다. 오늘 내가 상상한 겨울왕국이 이런 모습이면 곤란한데, 괜한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주저할 이유는 없다. 눈이 내린 선자령이고, 그 바람까지 포함해서 선자령이니까. 발걸음을 떼자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바람은 여전하지만 풍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뭇가지는 앙상한 채로 겨울을 견디고 있고, 사계절 잎을 떨구지 않는 침엽수만이 눈꽃을 담아내고 있었다.
아직은 기대했던 겨울왕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선자령은 늘 그렇듯, 쉽게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다. 조금 더 걸어보면, 어쩌면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자령 산책로, 작은 겨울왕국의 시작
잠시 선자령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곳은 고지가 높은데도 길이 참 편하다. 급한 오르막도 없고, 능선을 따라 걷는 구간이 대부분이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늘 선자령을 그냥 산책로라고 부른다. 누구나 걷기만 할 수 있다면, 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다만 이날은 바람이 변수였다. 칼바람에 가까운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대니, 내가 기대했던 포슬포슬한 눈꽃 세상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눈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그저 겨울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선자령은 선자령이다. 사계절 내내 잎을 떨구지 않는 침엽수들만큼은 묵묵히 눈을 품고 있었다.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만들어낸 그 작은 눈꽃들이, 이곳이 분명 겨울 한가운데임을 알려준다. 비록 완성된 겨울왕국은 아니었지만, 그 시작만으로도 충분히 선자령다웠다.



바람의 언덕
조금 더 오르자 풍차가 하나둘 시야에 들어온다. 그제야 알겠다. 바람의 언덕이 가까워졌다는 걸. 이름부터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이곳은 바람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니라, 바람이 머물다 가는 자리다. 서 있기만 해도 몸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고, 모자를 눌러 써도 소용이 없을 만큼 바람은 집요하다.
눈 덮인 능선 위로 천천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그 아래로 펼쳐지는 대관령의 넓은 풍경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다. 이날은 기대했던 새하얀 눈꽃 세상은 아니었지만, 바람에 쓸려 정리된 능선과 그 위를 걷는 느낌이 오히려 선자령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이곳은 늘 자기 색깔이 분명하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 소리도, 도시의 흔적도 없는 이 풍경이 선자령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다.



똥바람과 상고대
이날 바람은 표현 그대로 ‘똥바람’이었다.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장갑을 낀 손끝마저 얼얼해진다. 그래도 고지는 고지다. 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이곳엔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는 상고대가 피어 있었다. 똥바람 탓인지 가지 전체를 뒤덮을 만큼 풍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람을 맞으며 버텨낸 흔적처럼, 가지마다 조심스레 맺힌 상고대가 선자령의 겨울을 조용히 보여준다.
완성된 눈꽃 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대를 내려놓고 보니, 이 정도면 충분히 예뻤다.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이렇게 남아 있는 겨울의 흔적들. 선자령의 겨울은 늘 이런 식으로, 조금 투박하게 다가온다.



백패킹 성지
바람의 언덕을 지나며 다시 한번 느낀다. 이곳이 왜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지. 넓은 능선, 탁 트인 시야, 그리고 밤이 되면 쏟아질 별들까지. 여유 있게 올라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장소일 것이다.
실제로 오르는 길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여럿 마주쳤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부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 바람을 맞으며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지금 이렇게 가볍게 걷는 산책이 오히려 나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산을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내고, 누군가는 이렇게 걷고 내려온다. 나에게 선자령은 굳이 더 욕심내지 않아도 충분한 곳이다. 바람과 풍경을 잠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늘 제 몫을 해낸다.



선자령 정상, 다시 만나 반가워
풍력발전기를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니 어느덧 선자령 정상이다. 늘 그렇듯 정상석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인데도 이상하게 반갑다. 몇 번을 와도 이곳에 서면 ‘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날 정상은 조용했다. 바람은 여전히 거셌지만, 잠시 서서 주변을 둘러볼 만큼의 여유는 있었다. 사방으로 트인 능선과 멀리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며, 완성된 겨울왕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자령다운 겨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머물 필요는 없었다. 선자령 정상은 늘 그렇듯, 잠깐 인사만 나누고 내려가도 충분한 곳이다. 다시 만나 반가웠다는 마음을 속으로 남기고, 이제는 하산을 준비한다.



하산길, 아늑함 속 작은 장면
오를 때 내내 맞았던 바람을 생각하면, 내려가는 길은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능선을 벗어나기 전부터 길은 다시 산책로다운 모습으로 바뀐다. 넓고 완만한 하산로를 따라 걷다 보니, 아까의 거센 바람이 조금은 누그러진 듯하다.
그 길 한쪽, 이정표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작은 눈사람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 바람을 피해 내려온 자리인지, 산책로 한켠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별다른 장식도 없이 담담하게 서 있는 모습이 오히려 이 길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남겨두고, 눈사람만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괜히 웃음이 나는, 하산길의 작은 쉼표 같은 순간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자 길은 서서히 숲길로 이어진다. 바람은 완전히 사라지고, 걷는 소리만 또렷해진다. 이렇게 선자령의 하루는, 거칠었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조용히 마무리를 향해 간다.



숲길에서 만난 겨울의 숨결
숲길로 접어들자 풍경은 또 한 번 바뀐다. 참나무 가지마다 걸린 겨우살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 숲 한가운데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묘하게 인상적이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눈으로 덮인 계곡이 가까워지고, 그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조용히 귀에 닿는다. 얼어붙지 않은 물이 눈 사이를 비집고 흐르는 소리는, 이 숲이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길은 점점 더 아늑해진다. 바람은 완전히 차단되고, 눈 덮인 숲길은 포근하게 발걸음을 받아준다. 바람에 시달리던 능선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선자령이다. 이렇게 내려오는 길 위에서야 비로소, 오늘의 산행이 천천히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성황사, 하산의 끝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성황사에 닿는다.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이곳에 오면 늘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진다. 바람도 소리도 한결 잦아들고, 잠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고요함이 있다.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듯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성황사를 지나 다시 길을 잇자, 오늘의 산행도 끝이 보인다. 거센 바람과 아쉬웠던 눈꽃, 그래도 분명히 남아 있던 겨울의 흔적들까지. 선자령은 이번에도 자기 방식대로 하루를 보여줬다.
다시 주차장에 도착해 장비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능선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완벽한 겨울왕국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선자령다웠던 하루였다. 다시 만나 반가웠다, 선자령. 다음엔 또 어떤 얼굴로 맞아줄지, 그때를 기약하며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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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전 콘텐츠)
선자령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바람이 잦은 고지대 능선과 완만하게 이어진 길 덕분에, 어느 계절에 방문하시더라도 각기 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걸었던 겨울의 선자령 말고도 다른 계절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선자령 여행지 공식 안내(출처: 한국관광공사) 를 한 번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위치와 코스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 선자령이 오랫동안 많은 분들께 사랑받아온 이유를 차분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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